불편함을 즐겨라

토요심리학 5기부터는 많은 사람들이 발표를 하고 중간중간에 잘못된 부분에 대한 수정피드백이 강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긴장감과 텐션이 꽤 높다.

아담그랜트의 히든포텐셜에 대한 해부하기를 마치고 나서 몇몇 과정의 불편함을 이야기하시는 분들과 통화를 했다. 

“매주 많은 분량이 책을 읽어야 하고, 그것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제 준비를 해야 하고, 발표하고 나면 부정적 피드백을 받아 속상하고..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요..”

“다들 나보다 잘하는 것 같아서.. 내 생각에는 너무 힘들어요.. 괜히 한 것 같아요..”

” 책 내용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것도 버거운데 주석에 달린 논문을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하니 너무 힘드네요..” 

전체를 기획하면서 운영해야 하는 입장에서 한분 한분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학습의 과정에서 불편함을 이야기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나는 생각했다. 이것을 지금 아주 잘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기업교육에서 gamification이 대세의 시대이다. 모든 과정에 쉽고, 재미있고,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들이 활동, 액티비티, 게임,  롤플레잉 등의 이름으로 상당시간 진행된다.  

커뮤니케이션 시간에 보드게임을, 리더십 과정에서 숫자 맞추기를, 팀 간의 경쟁이 부추기면서 강의장은 그야말로 몰입과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든다. 

교육담당자들부터 제안서를 주면 가장 먼저 묻는 이야기도 이렇다

“여기서는 어떤 활동을 하죠?” 

교육은 재미있어야 하고, 그래야 몰입을 한다.  만족도 점수도 높고, 교육 이후의 피드백도 즐거웠다고 좋아하는데 어떤 간 큰 담당자가 이것을 외면할 수 있다 말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우리는 배울 때 쉽고 재밌는 것을 찾는다. 과정이 즐겁고 편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그것을 한층 더 강화시켰다.  메모할 필요 없이 영상을 넣으면 텍스트로 요약을 해준다. 

읽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가 넘쳐나고, 복잡한 책 한 권을 유튜브 20분만 보면 한큐에 정리할 수 있다.  챗지피티가 너무 쉽게 모든 것을 알려주고, 복잡한 내용을 풀어서 정리해 준다.

그렇다면 이렇게 쉽게 배우는 것이 좋은 것일까? 

케이틀린 울린 과 에일렛 피시바흐 교수는 2022년 “Motivating persoanl growth by seeking discomfort” 논문을 발표했다.  

거기서 실험을 통해 즉흥 연기 수업에서 불편함을 추구하도록 지시받은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비교군에 비하여 끈기와 위험 감수가 증가하였고, 감정적 표현 쓰기 과정에서도 불편함을 감수하도록 지시받은 참가자들이 더 많은 치료적 이점을 얻었음을 느꼈고, 향후 쓰기 작업에 더 참여할 의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과 정치적 입장이 다를 경우 불편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의견을 탐색할 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 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참가자들에 비하여 반대 성향의 뉴스에 더 수용적이고 더 많은 정보를 검색하였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첫째, 인지 재평가 이론이다. (Cognitive reappraisal theory)이다. 

개인이 상황에 대한 해석을 변경하여 상황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바꾸는 감정조절 이론으로, 불편함을 수용한 이후 개인 성장 및 발전의 지표로 긍정적 재해석을 함으로써 내재적 동기 높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둘째, 자기 결정 이론이다. (Self Determination theory)이다.

자발적으로 불편함을 추구하는 자율성과, 이를 성장의 신호로 해석하는 역량 및 관련성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내재적 동기를 향상해서 학습의 몰입감을 높인다는 것이다. 

셋째, 부정성 편향이다.

사람은 긍정적 경험보다는 부정적 경험에 더 민감하고 더 자극적으로 반응한다.  그래서 부정적 경험과 불편함을 성장의 신호로 인식하는 것이 긍정적 경험보다 더 크게 작동하고 반응하여 행동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회원 한분 한분과 이야기하면서 나는 지금 당신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불편함을 느끼는 증거가 그것이고 그것을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이미 책에서 배웠고 우리는 즉각적으로 현실에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안하게 강의를 듣고, 잘 이해하면 좋다. 그 시간만큼은.. 하지만 이것이 과연 머릿속에 얼마나 남을까?

쉽고 즐겁게 교육을 받고 나서 기분은 좋았지만 그 교육이 얼마나 내게 도움이 되었을까?

강사가 강의를 잘 정리하는 것의 편안함을 내가 준비해서 피드백받고 이를 수정하는 불편함이 더 내게 큰 성장 동력이 아닐까? 

“사실 지난번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데. 저도 제가 잘 이해가 안 가요..  왜 내가 돈을 내면서 내가 힘들게 발표하고 내가 야단맞고.. 그런데도 또다시 이것을 하고 있는지..”

한 참가자가 이야기했던 내용이 바로 교육의 지향점과 토요심리학의 지향점을 일치시켜 주는 하나의 징표가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