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중독과 자이가르닉 효과

“이제 그만 좀 해!”

고개를 들어보니 아내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벌써 새벽 한 시가 다 되었다고”

잠깐 유튜브 쇼츠를 본다는 것이 벌써 두 시간을 훌쩍 넘게 본 거다.

“어이구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 얼른 자자..”

침대로 들어가서 눕는데 속으로 정말 놀랐다. 

아니 시간이 이렇게 벌써 지나버렸나? 쇼츠를 몇 시간을 본 거야.. 

SNS 중독이라는 사회현상이 이제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페이스북에 가끔 글 올리는 정도의 수준이 더 나도 요즘은 쇼츠나 틱톡을 잠깐 보고 있다 보면 한 시간 지나가는 것이 우습다.  나뿐 아니라 내게 인상을 쓰는 아내도 내게 별로 할 말이 없다.  딸에게 릴스 중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내도 회사 업무 홍보 때문에 시작한 인스타그램을 이제는 릴스 좀 보다 보면 어느새 한두 시간 훌쩍 넘기는 일이 투성이다.  

왜 이렇게 SNS를 잠깐 시작하면 중단하기가 어려운 것일까? 

SNS 중독의 가장 큰 원인을 나는 자이가르닉 효과로 설명한다.

1920년대 러시아의 대학원생이던 자이가르닉은 식당에서 아주 묘한 경험을 한다. 일곱 명 정도가 식당에 들어가서 각자 너무도 다양한 음식을 주문했는데 종업원은 아주 생생하게 각자의 주문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주방에 전달하는 것이었다. 이를 자이가르닉은 인상 깊게 보았는데 식사 이후 집으로 가다가 가방을 놓고 온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황급히 식당으로 돌아가서 아까 기억력 좋았던 종업원을 찾았다. 그가 분명히 자신의 가방을 기억해 줄 것이라고..

그런데 놀랍게도 그 종업원은 자이가르닉의 얼굴은커녕, 식당에 방금 전 다녀갔다 온 사실도 기억을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그녀는 한꺼번에 온 자이가르닉의 일행의 주문을 받아서 완벽하게 주방에 전달하고 음식 서빙을 한 이후 관련 모든 기억을 잊었던 것이다.  

이 현상이 너무 신기했던 대학원생 자이가르닉은 담당교수님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두 집단엑 조각 맞추기 퍼즐을 시키고 난 이후 한 집단에는 중간에 계속 방해를 해서 완성을 못하게 했고, 다른 집단은 그 조각 맞추기 퍼즐을 완성하게 하였다.

이후 단어를 암기하는 일을 시켰는데 조각 맞추기 퍼즐을 완성한 집단은 기존 일을 모두 잊고 완벽한 상태에서 단어암기를 진행하여 완벽한 암기력을 보여주었으나, 조각 맞추기 퍼즐을 방해받아 완성하지 못한 집단은 단어암기 과정에서 계속 조각 맞추기 기억이 떠올라 집중을 못했다는 실험결과를 보여주었다. 

즉 어떤 일이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그 일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올라 지워지지 않고, 다음 일을 방해하게 되기 때문에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현상을 자이가르닉 현상이라고 하였다. 

SNS릴스, 쇼츠 등의 가장 큰 문제점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무한 스크롤 기능으로 계속 유사 콘텐츠가 이어지기 때문에 마무리를 지을 수가 없다. 무언가 끝을 내고 마무리를 져야 이것을 잊고 다음단계의 다른 일에 집중을 하는데 인스타 글이던, 쇼츠던, 릴스던, 페북글이던 모두 무한 스크롤 기능을 가지고 있다. 

즉 끝이 없어서 마무리가 안되고 그러다 보니 자이가르닉 현상으로 그 잔상이 오래 남고 다음 일에 집중할 수 없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다음일을 하다가도 여전히 앞의 SNS 마무리되지 않아서 다시 SNS를 찾게 되는 지금 중독성 SNS의 현상을 잘 설명해 주는 이론이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로우 바우마이스터와 마쉬캄포 교수는 2011년  “Consider it done! Plan making can eliminate the cognitive effects of unfulfilled goals”에서 자이가르닉 효과의 해결방안에 관한 아주 유명한 실험을 진행한다.

학기말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게 기말시험을 떠올리게 하였다. 그리고 그중 절반에게는 시험에 대한 공부계획을 세우라고 했고, 나머지 절반은 그냥 마음속에서 시험걱정을 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후 그들에게 소설 10페이지를 집중해서 읽고 요약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그러자 계획을 세웠던 집단이 계획 없이 공부걱정을 한 집단에 비하여

소설을 읽는데 더 집중을 하였고 그 내용을 더 잘 요약하였다. 

또한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불만도 적고, 집중력 있게 이후 소설 읽기를 수행했다. 

즉 자이가르닉 효과로 인하여 방해받을 수 있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을 제안하고 그 이유로 

계획을 세우면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사항을 미리 결정하여, 지속적으로 목표를 생각하며 인지적 자원을 소모하는 일을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다른 중요한 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는 것을 제안하였다. 

나는 이제 SNS를 할 때는 무조건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무한 스크롤이라는 특성을 감안하여

첫째, 하루 사용시간을 정하자. 어플 자체에 시간제한 기능을 사용하기도 하자

둘째, 매번 인스타, 페북에 들어갈 때 계획을 세우자. 예를 들어 지금부터 요리 관련 해시태그만 딱 30분 본다 라는 방식으로 정하고 시간이 지나면 알람이 뜨도록 설정하자 

이 두 가지를 계획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래야 SNS를 멈추고 다음 내가 하려는 일을 시작해도 더 이상 SNS 잔상으로 그 일이 방해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 thoughts on “SNS 중독과 자이가르닉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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